[논단]아동학대 살해 어쩔 것인가
기자 : 관리자 날짜 : 2016-06-12 (일) 20:42

[논단]

아동학대 살해 어쩔 것인가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한국 사회가 병신년 벽두부터 유난히 시끄럽다. 4월 13일 치룬 총선을 전후한 정치판의 심각한 갈등과 더불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렇다고 치지만, 무엇보다 친자를 끔찍하게 살해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리고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큼직큼직한 사건들은 온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비록 매스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한 아동학대 살해 사건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서글픈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다. 심지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친모가 네 살짜리를 강제로 욕조에 빠뜨려 숨지게 하고, 계부와 함께 암매장한 끔직한 아동학대 살해사건이 또 다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일곱 살에 불과한 신원영 군이 계모에 의해 화장실에 감금당한 채 폭행당해 숨진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금 불거진 일이다. 심지어 초등학생 아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냉동 보관한 아버지,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여 가까이 집안에 방치한 아버지 등 차마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인천에서 학대에 시달리던 11세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맨발로 집을 탈출하면서 수면위로 드러난 아동학대 사건, 이를 계기로 장기 결석 및 마취약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후 밝혀진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밝혀지고 있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끔직한 소식을 들어야 할지 벌써부터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동학대 살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혹자는 아동학대 책임은 부모이며 아동학대 원인은 빈곤(먹이 부족)에서 찾는다. 그리고 아동학대 근본원인은 정부, 정부의 성장정책으로 극심한 빈부격차가 아동학대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빈곤가정 급증은 이혼, 동반자살, 아동학대, 보복운전, 패륜범죄, 층간살인, 유아교사 난폭 등이 사회문제를 낳는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어쨌든 드러난 아동 학대 사망사건 6건 중 5건이 한 부모나 재혼 가정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아동 학대의 40%가 한 부모, 재혼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매년 이혼은 11만 건에 달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아동의 보호와 복지차원에서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는 폭력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동학대는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5 전국아동학대 현황에 의하면 피해아동의 가족유형은 친부모가정(양부모가정)이 44.5%로 가장 많고 한부모가정이 32.9%, 재혼가정 7.5% 등의 순이었다. 한부모가정의 비율을 보면 전체 한부모가정 중 이혼 32.8%, 사별 29.7%, 미혼 11.6%, 유배우25.9% 중 이혼가정과 사별가정의 비중이 높아 이를 크게 50%:50%로 본다면 이혼가정의 아동학대는 16.4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아동학대 현황의 피해 아동의 가족유형은 친부모가정(양부모가정)이 44.5%로 가장 많고 이혼가정은 16.45%에 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44.5%의 분포를 보이는 친부모가정이 아닌 이혼가정만 받게 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의 이혼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인생실패자, 인생낙오자 등)이 이혼가정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이혼한다는 이유만으로 예비 아동학대자나 아동학대범으로 낙인찍는다면 그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혼부모를 마치 아동학대범처럼 인식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고 이혼 부부 스스로도 자신을 나쁜 부모로 여겨 이혼 후 적응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이혼 후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혼가정 부모를 모욕하는 것이며 그분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중지되어야 마땅한 일이라며 항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다각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가정해체로 가족의 질서가 깨진데서 그 원인을 찾는 사회학자의 진단이 주목을 끈다. 어째든 최근 일련의 잔혹한 아동학대 사례들이 이혼가정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가정해체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특히 이기적인 인간은 사회전반에서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괴물과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사이코패스)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반인륜적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입법 등 사회전반적인 안전시스템이 당연히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아버지들로 인해 건강한 가정을 지키는 대다수 아버지들의 권위에 또 하나의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현대 가족사회에서 가뜩이나 약화된 아버지의 권위가 완전히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 가장들에게서 펭귄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남극에 사는 펭귄 아버지는 어미가 알을 낳자마자 발위에 올려놓는다. 엄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떠나고 아빠 펭귄은 두 달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꼼짝도 않고 혹한을 견디며 알을 품는다. 마침내 먹이를 구해 돌아온 엄마는 뱃속에 저장해온 양식을 토해 새끼에게 먹인다. 두 달 가까이 꼬박 굶은 아버지 펭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새끼를 돌보는데 만 여념이 없다. 눈보라와 폭풍 속에서 시달려 체력을 소진하고 영양실조마저 겹친 아버지 펭귄이 이제 먹이를 찾아 나선다. 굶주림에 비틀대며 필사적으로 걷지만 다리에 힘이 빠져 미끄러지고 나뒹굴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아버지 펭귄은 흔히 부성애(父性愛)의 상징으로 곧잘 인용된다. 아버지 펭귄의 자식에 대한 무한사랑은 요즘 같은 비정한 아버지들과 비교되지만, 달리 말하면 `과잉보호`다. 현대 아버지들 역시 자식에게 모두 걸기를 하다시피하며 `과잉보호`에 내몰려 있다.

자식교육과 가족부양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쏟아 붙고 난 아버지들의 미래는 어떨까.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돈도 없고 과잉보호로 키워놓은 자식들에게 외면당한 채 병든 육신을 이끌고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는 노년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펭귄의 처참한 몰골과 너무도 닮아 있다.

아버지들이 강요당하는 과잉보호의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족의 질서를 회복하고 가정해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정부 당국은 무차별 폭행으로 숨진 자녀의 시신을 훼손하거나 방치하는 등 아동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이 전담 조직을 만들어 아동학대 근절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아동 학대뿐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학대까지 전담키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특히 아동 학대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기관별 임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가해자의 엄격한 처벌과 피해 아동의 육체적 심리적 치료를 강화하는 등의 강력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소식도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나아가 지자체와 사회단체에서 최근 보호자로부터의 방임 및 학대로 인한 유·아동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아동학대의 조기 발견·예방을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리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캠페인을 통해 주민들 모두가 주변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들을 발견할 시 즉시 신고함으로써 우리사회에서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 살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우리가 잠깐의 이슈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심에 귀 기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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