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부 신직업 육성 ‘사설탐정’ 도입될 수 있나?
기자 : 관리자 날짜 : 2014-05-23 (금) 22:52



정부 신직업 육성 ‘사설탐정’ 도입될 수 있나?

글/안성조 법학박사 (한국사법교육원 교수, 한국시큐리티연구원  법무이사)

지난 3월 18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국내에 없는 새로운 직업 44개를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민간조사, 즉 사설탐정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설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Private Invetigator)은 국민에게 명령ㆍ강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도 민간조사(탐정)에 응할 의무가 없다. 즉 민간조사원은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에 직접적ㆍ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처분을 할 수 없는 존재로서 오관의 작용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알리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를 대행하는 ‘견문탐색서비스’로 평가 된다. 그러나 사설탐정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제도는 고대 영국에서 처음 태동한 이래 시대와 나라를 넘나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역할의 유용성이 인정되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이 제도를 일찍이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에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 명실상부한 탐정문화의 형성과 함께 시큐리티(Security)산업의 한 영역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민간조사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조사원의 도입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민간조사원(탐정)에 대해 “서비스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의 미비로 합법적인 직업으로 정착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민간조사업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사설탐정이 양성화되면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돼 신용조사나 보험업 등 관련 일자리가 약4천여개 더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판 셜록 홈스(Sherlock Holmes)가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 일자리를 늘려보겠다는 취지가 보여 일부는 ‘사립탐정’의 합법화를 외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선진국에 비해 직업 세분화·다양화가 덜 진전된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의 발굴과 개발은 의미 있는 시도이다.
탐정(Detective, 探偵)은 소송절차에서 당사자들에게 증거를 수집ㆍ제출케 하고 법원은 제3자적 입장에서 편견 없는 판단을 할 수 있게 한 당사자주의(當事者主義)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에서 특히 발달했다. 미국은 시민권 소지자로 면허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수사경력과 3년 이상의 조사보조원 경력 등 일정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탐정 면허제도는 없지만 국가에서 발급하는 직업인증을 받으면 자유롭게 사무실을 열어 민간조사업을 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관리주체와 실정법 부재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왔으나 2007년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탐정업무의 불법과 부당을 제어하고 공인직업으로 안착시켰다. 탐정이라는 민간조사제도가 소송당사자의 입증활동에 효과적으로 기여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의 경우도 (구)형사소송법은 직권주의적 소송구조였으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법에 비해 당사자주의적 성격이 대폭 강화되어 소송절차에서 증거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증거자료를 수집ㆍ제공할 사실조사 대행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소송 당사자 모두가 증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물론 변호사가 증거를 채증하고 있지만 법률지식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고,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기에는 생업과 전문성 결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어렵고, 힘든 일에 직면한 국민들이 쉽게 찾는 곳이 음성적 심부름 업자들이며 이들은 수임에서부터 조사의 수단ㆍ방법 등이 통제 없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그 행태도 가히 충격적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오늘날 법제 환경의 변화와 생활의 복잡 다양화로 점증하고 있는 사실관계 조사ㆍ확인 등 증거수요가 더 이상 무통제ㆍ무납세 지하업자들에게 분별없이 맡겨지는 관행적 폐해를 민간조사(탐정) 양성화로 그 역할이 적정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시대적 요청이라 하겠다.
한국은 과거에 흥신업단속법(약칭 흥신소법, 1961.9)이 있었으나, 1977년 「신용조사업법」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다시 1995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로 바뀌었다. 흥신업단속법에서도 상거래 자산 금융 기타 경제상의 신용에 관한 사항만 다루도록 되어 있었다. 1977년의 신용조사업법은 ‘흥신소’라는 이름을 아예 없애고, ‘신용조사소’라는 분명한 뜻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누구든지 정보원, 탐정,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신용정보보호법 제40조제5호, 제50조제2항제7호). 누구든지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것을 업으로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가 그 업무를 하기 위하여 특정인의 소재 등을 알아내는 경우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특정인의 소재 등을 알아내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신용정보보호법 제40조제4호, 제50조제2항제7호).
한국의 법률은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탐정(민간조사) 합법화 관련 법률안은 지난 1999년(15대 국회때)부터 15년째 국회에 계류되었지만 사생활 침해우려, 타법과의 충돌, 법체계상 문제, 소관청을 어디로 하느냐 등의 문제, 이해관계자 사이의 찬반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불법위치추적, 도청 등을 없애고 법의 테두리에서 전문조사관 제도를 법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여태까지 7차례의 법안 상정으로 법제화가 추진됐지만 사생활 침해나 정보독점 현상 등의 우려로 번번이 무산됐다. 탐정이 합법화 된다면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흥신소(興信所, Mercantile agency)나 심부름센터 등의 탐정업체를 양지로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탐정의 합법화가 수사 인력을 보충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경찰청 뉴미디어홍보계 관계자는 “현재 경찰 인력으로는 실종자 찾기나 개인 간의 분쟁 등 모든 사건을 처리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태”라며 “민간조사원이 생긴다면 국민들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비용 법률서비스인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도 누구나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또한 탐정의 합법화를 통해 공권력이 닿지 않는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검사의 공소장보다 증거나 증인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탐정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의 존재는 탐정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이러한 수요에 대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공급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폭발하는 민간조사 수요를 충족하고 경찰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수사력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기사건 기소율이 20%대에 그치고 매년 6천여건의 실종사건이 미결상태로 종료되는 이유가 경찰의 수사인력 부족에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수사인력이 많이 요구되는 실종사건 등의 조사를 민간에 위탁해 더 효율적으로 실종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민간조사제도는 실종자와 그 가족에게 절박한 법안”이라며 여러 실종사건 해결을 위해 민간조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설탐정은 실종아동 찾기, 지식재산권보호, 기업 조사, 변호사 사무실 상근 근무, 보험 범죄 대응, 범죄 도피자 조사, 교통사고 조사, 의료분쟁 관련 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변호사와 인권단체들은 사립탐정에 대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며 반발해 왔다. 불륜현장을 쫓아다니거나 청부 폭력 등 불법을 일삼던 심부름센터의 부작용이 더 확산될 수 있으며 돈있는 부자들만 고용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측은 “이미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한 상태인데, 정부가 나서서 개인의 사생활 노출 피해를 합법화시키는 모양새”라며 “합법적으로 개인의 뒤를 캘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설탐정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오히려 자치경찰제도 등을 도입해 경찰력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또한 정보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탐정이 현재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공적 업무를 맡을 경우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원이라는 것이 ‘민간’의 일이기 때문에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결국 돈이 많은 기득권층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경찰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 K변호사는 “민간조사원 도입은 퇴직한 고위 경찰공무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면 경찰 인력을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국회에 8번째로 민간조사원 합법화 법안이 상정됐지만 앞으로도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탐정업체를 관리할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경찰청과 법무부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원 자격시험 시행방법, 자격시험 주관기관 등 결정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사설탐정 창출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사설탐정에 대해, “별로 좋지는 않을 듯…” “파파라치랑 다를 바 없는 거 아니냐?” “이 직업을 창출한다면 뒤 따르는 폭풍도 예상해야 할 듯…”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오랜 시간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신직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고 해서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할지라도 그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 직업과 새로운 산업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어 경계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됨으로서 민간조사업 도입에 큰 걸림돌이었던 사생활 침해 문제가 완화 되는 등 입법환경이 개선됐다. 19대 국회에 들어와 윤재옥의원 등과 송영근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경비업법 전부 개정안’과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 2건의 민간조사업 관련 법안이 본격 검토되고 있다. 윤 의원 발의안은 「경비업법」을 전면 개정해 경비업체와 민간조사업체를 양성화하고 이들 업체를 경찰청장이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윤 의원은 물리적인 충돌이 예상되는 집단민원현장에 경비업체들이 개입해 과도하게 무력을 사용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 사실조사 서비스를 위해 민간조사원 시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송 의원은 법무부장관이 민간조사자와 조사업체의 관리·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주로 전직 경찰이 민간조사원으로 활동하겠지만, 앞으로는 국정원 출신이나 법무, 세무사 등 조사 기관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진출이 예상되는 만큼 법무부장관이 3자적 입장에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리감독 문제만 제외하면 '탐정'을 합법화하자는데 두 법안의 충돌은 없다. 법안에는 구체적인 탐정제도를 담고 있다. 탐정은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받아야 한다. 법무사나 세무사, 관세사 처럼 관련 행정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에 대해서는 1차 시험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업무 관련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애초에 자격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민간조사원 합법화에 맞춰 교육과정과 자격시험을 도입할 계획이다. 민간조사원 자격시험은 3단계에 걸쳐 엄격하게 실시하고,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결격사유를 검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탐정업은 우리 역사상 처음 탄생하는 직업으로 국가자격시험에 합격된 사람이라면 진입 장벽 없이 바로 개업 또는 취업이 가능하다. 군·경 퇴직자를 비롯 전국 150여 대학의 경찰학과나 경호학과 3만여 학생 등의 일자리에 적합하다는 평가와 함께 관련 학계와 연구소 등에서는 시행초기 2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하직업 양성화에 따른 세수증대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시의적절한 다목적 제도 도입이 이번에도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럼 특수 직역(職域)의 유·불리나 소관청을 둘러싼 부처 이기주의로 더이상 지체되서는 안될 것이다. 민간조사산업이 제도화 된다면 경찰의 치안 한계를 보완하여 치안서비스의 공급확대를 기할 수 있을 것이고 불충분한 치안서비스로 인해 찾지 못한 재산의 회수는 물론 미아․실종자 찾기와 같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미제사건의 줄일 수 있을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직업선택의 확대로 실업률 감소와 더불어 국제적인 민간조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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