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性)은 결코 늙지 않는다.
기자 : 관리자 날짜 : 2014-05-23 (금) 22:42


성(性)은 결코 늙지 않는다.

임 춘 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학 박사

  ‘노년의 성’에 대한 무지에서 나아가 노인들의 성을 제한하는 분위기 속에서 노인들은 스스로도 성에 대해 닫고 살게 된다. 외부적인 편견 때문에 노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강제된 금욕에 스스로를 제한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성욕이란 ‘이미 사라진 과거의 영광’ 쯤으로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태도이다. 늙어서 두 부부가 한 이부자리에 있어도 흉하게 여기는 것이 보통이고, 이를 의식한 당사자들도 쑥스러워 각방을 쓰길 원한다. 노인들의 개인생활이나 프라이버시가 가족 내에서 잘 보호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성 자체를 불결하게 보거나, 성을 성교(性交)나 자손의 번식을 위한 생식행위만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편견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노인은 남성도 아니요 여성도 아닌 '무성(無性)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젊음을 우상시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은 젊은이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이며, 젊은이의 사랑과 성은 사랑하는 이성간의 아름답고 행복한 애정표현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노년기 성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젊음과 성적 매력이 동등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여 “노화와 함께 성욕도 사랑의 능력도 사라진다”는 차별의식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노년기 성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직까지도 팽배해 있다.

노인은 성생활을 할 수 없다. 노인은 성에 대한 욕구가 없다. 노인은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 여성노인은 폐경과 함께 성생활을 중단한다. 노인의 성은 음란하고 추하다 등 노년기 성에 대한 이러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은 노인들 스스로 노년기 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노인의 성과 관련된 이와 같은 편견은 일반인은 물론 보건 의료 및 사회복지인, 그리고 노인 자신들에게까지 만연해 있으며, 이러한 편견은 노인의 성에 대한 상투적이고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노인들에게 억압된 성 욕구 억제는 노인들의 기본적 욕구를 통제하는 성적학대이자 인권침해 행위일 뿐 아니라 왜곡된 성 욕구 표출 및 성병 확산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노인의 성적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나이 자체보다 사회적 환경, 주변사람의 태도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강한 성적 관심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도덕하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편견으로 인해 노인은 고령의 성생활에 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다 죄책감까지 갖게 된다.

그러나 노인들의 상당수가 아직도 성생활을 바라고 흥미와 관심을 가지면서 그런 행위를 지속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적 흥미야말로 나이가 들면서도 좀처럼 시들지 않는 마지막 희망이며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회적인 배려도 뒤따라야 한다. 노인들도 젊은이와 똑같이 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고 욕망도 있으며 꿈속에서도 이것을 즐길 수 있다. 노인의 성생활을 지속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성생활을 위축시키고 있는 노인의 성을 둘러싼 왜곡된 인식부터 고쳐져야 한다. 노인의 몸은 늙어지나 노인의 성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노인의 인권문제 중에서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지 속에 깊이 파묻혀 있는 것이 바로 노인의 ‘성 권리’다. 노인을 탈성적 존재로 여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고정관념 속의 편견은 노인 스스로 자신의 성 욕구를 제한하게 만드는 일종의 ‘성적 학대’다.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전통적인 노인 상’을 수용하여 사회가 강요하는 정숙함과 점잖음을 내면화 한다. 노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욕망 그 자체를 수치스러워 하여 그것을 부정해야 한다.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행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 자신감 있는 행동이 나오게 된다. 노인들 역시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성에 관한 개념이나 자신의 성생활에 관한 평가가 긍정적이고 만족스럽다면 노년의 신체적, 심리적 좌절을 극복하고 보다 활발하고 만족스러운 노년생활을 즐길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4대 고통거리는 경제적 빈곤, 건강의 악화, 역할 상실, 외로움과 고독감이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외로움과 고독감이라고 노인들은 말한다. 이 외로움을 치유하는 데에는 이성에 대한 사랑, 사랑의 방법의 하나인 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은 신비롭고 즐거운 자극을 주며 생활 능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인생에 꽃을 피우는 원동력이 된다. 노인의 건전한 이성 교제를 포함한 원만한 성생활은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소시켜 준다. 그리고 직업이나 일상적 역할에서의 은퇴로 인해 비롯된 사회적 역할 상실을 보충해 준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성적 욕구 해결을 위해서는 ‘노인의 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부터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편견 극복에는 단순히 노인의 ‘성적 기능’ 측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 욕구를 갖는 ‘인간의 권리’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손이 없다고 밥 먹을 권리가 없는게 아닌 것처럼 인간 누구나 갖는 욕구와 권리의 문제로 노인의 성욕을 바라 보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노인의 성이 윤리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노인들의 성을 둘러싼 ‘자기 결정권’과 기본적인 인권은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장되어야 한다.

노인도 자신의 의사에 의해 성생활을 계속하거나 이성 교제 및 노혼을 할 신체적 기능과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단순히 ‘노령’이라고 하는 생리적 조건에 의해 제약당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정신적 학대만 노인 학대가 아니다. 젊은이와 똑같이 가지고 있는 노인의 사랑에 대한 갈망, 노인의 성을 경시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심각한 노인 학대이자 인권침해일 수 있다.

이제 고령화로 새로운 인생의 활황기를 맞고 있는 노인들 스스로도 의기소침하지 말아야한다. 자신감을 갖고 활기찬 성생활을 향유해야 한다. 노인들의 성 문제는 이제 음지가 아닌 밝은 곳에서 거침없이 다뤄져야 한다.

앞으로는 ‘노년의 성’ 문제는 노인복지란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성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 개발, “홀로된 노인들의 모임” 등을 통한 건전한 인간관계 형성 프로그램, 노인여가활동 시설 확충, 성 상담 전문기관 등이 지역사회 내에 많아져야 한다.

특히 노인들의 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보건 의학계에서 ‘노인의 성적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심도있는 사례, 임상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수행되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성적 권리를 지원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노인문제 중 민감한 부분인 성과 재혼을 지역사회에서 이슈화시킴으로써 노인에게 성과 재혼이 참고 감내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을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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